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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S랭크 몬스터가 되기 위한 조건은 자신의 ‘이름’을 가지는 것.】 【모든 조건을 충족하였기에 진화가 가능합니다.】 【진화를 위한 개체를 선별합니다.】 【스킬 <한계돌파S>를 확인했습니다.】 【진화 과정에 반영합니다.】 【선별 완료.】 【진화를 시작합…】 【<폭식>에 저장되어 있던 상위 랭크 몬스터의 방대한 에너지를 확인.】 【현재 선별된 개체로의 진화는 불가라 판단.】 【보다 상위 랭크의 개체로 새롭게 선별합니다.】 【선별 완료.】 【진화를 시작합니다.】 【진화 완료.】 【진화의 영향으로 일부 스킬과 능력치가 성장합니다.】 조용히 눈을 떴다.
온몸의 감각이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것을 느낀다.
온몸에 넘치는 힘. 지금이라면 스노우와 비등하게 싸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될 정도의 방대한 힘이다.
당장 주체 못 할 정도로 방대한 힘이 흘러넘쳤다.
슬며시 시선을 돌리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는 스노우의 푸른 눈이었다.
마주친 시선에 스노우가 느릿하게 몸을 일으켰다.
[강해졌군. 축하한다.] […고맙다. 스노우, 네 덕분이다.] 스노우는 대답 대신 슬며시 웃어 보였다.
그에 슬쩍 시선을 돌려 밖을 살피니 눈보라는 어느덧 그치고 동이 떠오르고 있었다.
진화 중에 하룻밤이 꼬박 지난 것 같았다.
[아니다. 하루가 아닌 사흘이다.] [……?] [본녀와 대화를 나누던 중 그대는 진화를 시작했지. 거대한 고치에 쌓여 그대로 사흘을 지냈다. 뭐, 저번처럼 아예 없어진 것이 아니라 설이도 별문제는 없었다만….] 그리 말한 스노우가 흘깃 동굴 한쪽에 잠들어 있는 설이를 보았다.
[아마 깨어나면 고생 좀 해야 될 거다. 딱 본녀가 당한 만큼 시달렸으면 좋겠군.] […….] 꾹 입을 다물며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떠올렸다.
어떤 미래를 상상하든 참담한 미래밖에 없었다.
[그것보다 그 ‘다른 머리’들은 뭔가? 신경 쓰지 않고 싶지만 한쪽이 아까부터 이쪽을 노려보는데….] 담담히 들려온 스노우의 목소리에 나는 그제야 ‘아’하고 시선을 돌렸다.
내 양옆으로 자리 잡은 두 개의 새로운 머리가 보였다.
진화 끝에 새롭게 생겨난 머리들이었다.
[셋 모두가 ‘나’다.] -다만….
흘깃 시선을 돌려 왼쪽의 머리를 바라보았다.
그에 따라 마주 나를 바라보는 왼쪽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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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파워볼게임
-캬아아아아───!!!
성대하게 위협적인 울음소리를 내뱉었다. 엔트리파워볼
이번에는 오른쪽 머리를 보았다.
-쉬이이…. EOS파워볼
[배고파아아아….] 잔뜩 힘 빠진 울음소리와 함께 오른쪽 머리의 사념이 들려 온다.
그렇다.
이 로투스바카라 녀석들은 틀림없는 ‘나’였지만 또한 그러면서도 ‘내’가 아니기도 하다.
각각의 머리가 각자의 인격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괜찮은가, 그거?] 로투스홀짝 이런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던 스노우가 조금 떨떠름한 목소리로 물었다.
잠시 고민하던 내가 답했다.
[문제없다… 누가 뭐래도 이 녀석들은 틀림없는 ‘나’니까.] 비록 <다중인격>의 영향으로 인격이 나뉘기는 했지만, 녀석들 모두 내 기억과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그저 성격이 조금 다를 뿐.
-캬아아아──!!!
-쉬이….
아니, 조금 많이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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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화한 내 개체명은 [트리플 헤드 드라코].
말 그대로 머리가 셋 달린 구렁이다.
흔히 말하는 ‘쌍두사’에서 머리가 하나 더 생긴 ‘삼두사’ 정도로 보면 좋을 것이다.
각각의 머리는 서로 다른 인격을 가지고 있는데, 어디까지나 메인이 되는 것은 가운데 머리.
즉 ‘나’다. 다른 두 머리는 어디까지나 보조를 맡는 서브 인격이라 할 수 있으며, 기본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맞았다.
다만 마법에 있어서는 각각의 머리가 다른 속성을 담당했는데, 왼쪽이 <수마법> 오른쪽이 <화마법>을 다룬다.
메인인 나는 <독마법>이다.
조금 더 능동적인 전투가 가능할 것 같았다.
이마에 있던 <마안>의 경우도 각각의 머리가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그 능력도 마법처럼 나눠서 담당하게 되었는데, 왼쪽이 정신 지배. 오른쪽이 석화.
그리고 메인인 나는 새롭게 생긴 마안의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천리안의 능력은 셋 다 가지고 있다.
당연하다시피 나는 이번에도 변이종의 몬스터가 되었다.
원판이 되는 [드라코]라는 몬스터는 SA랭크의 몬스터로, 그 변이종인 나 역시 SA랭크의 몬스터다.
한 번에 두 단계나 성장한 것인데 이전에 스노우가 건네주었던 마석의 덕인 거 같았다.
당시 다 흡수하지 못한 에너지를 이번 진화에 다 쏟아부은 것이 아닐까?
여러모로 스노우에게는 감사한 일뿐이다.
이것 외에도 많은 부분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당장 신경 써야 할 큰 변화는 이 정도다.
다른 세세한 부분에서는 앞으로 천천히 적응해가면 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메인인 가운데 머리를 나 ‘닉스’라 한다면.
좌우의 양 머리는 각각 ‘왼쪽이’와 ‘오른쪽이’라는 이름을 붙여두었다.
무척 성의 없는 호칭이기는 하지만, 내 이름을 짓는다고 머리를 싸맸던 것이 바로 이전이었던 만큼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왼쪽이도 오른쪽이도 딱히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으니 별문제는 없을 것이다.
-캬아아아───!!!
…이미 지은 이름을 바꿀 생각은 없다. 그러니까 내 목을 무는 것은 그만둬.
너한테도 독이 있으니까.
물론 내 독이 나한테 통할 리는 없지만… 그래도 뭔가 기분이 묘하다.
-쉬이….
오른쪽 너도 배고프다면서 내 목을 무는 건 그만둬라.
내가 금방 먹을 걸 구해올 테니까.
대충 이런 느낌으로 나는 새로운 두 인격과 함께 생활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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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캬앙─!!!” 잠에서 깨어난 설이가 곧장 내 곁으로 달려들었다.
느낌상 사흘 동안 보지 못한 나에 대한 불만을 표하려는 것 같은데, 기세 좋게 달려오던 것도 잠시.
곧 저를 바라보는 세 개의 머리를 발견하더니 그대로 멈칫했다.
깜짝 놀란 설이의 털이 마치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옆에서 스노우가 피식 웃는 것이 느껴졌다.
“캬앙…?” ‘맞아? 아빠 맞아?’ 같은 느낌의 의미일 것이다.
나는 대답 대신 가볍게 고개를 주억여줬다.
그제야 설이가 조심스러운 기세로 천천히 내 곁으로 다가왔다.
여전히 경계하는 기색 가득하게 말이다.
“컁… 캬앙…?” ‘진짜? 진짜지?’ 하는 느낌의 울음.
나는 이번에도 가볍게 고개를 주억이며 꼬리로 설이의 몸을 쓱쓱 쓰다듬었다.
그제야 완전히 나를 받아들인 설이가 “컁컁!”하며 내 품에 파고들었다.
다른 두 인격 때문에 다친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다.
‘그것보다… 괜찮은가?’ 흘깃 시선을 돌려 왼쪽이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사납고, 까탈스러운 성격을 가진 녀석인 만큼 설이에게도 그러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혹시 설이에게도 그러면 어떡하지? 어쩔 수 없이 머리를 뜯어내야 할까?
솔직히 머리 세 개는 좀 많은 것 같은데…. 그리고 그런 내 걱정과 달리 왼쪽이는 설이에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껌뻑 죽는 거 같은 눈치다.
-Shii───!!!
[귀여워! 우리 설이 귀여워!] 연신 설이의 몸에 머리를 부비며 들려온 사념을 보면 딱히 걱정할 필요는 없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오른쪽은 어떨까?
사실 어떤 면에서 보자면 왼쪽이보다는 이쪽이 더 걱정스럽다.
그도 그럴 것이 쉬지 않고 배고프다며 칭얼거리는 녀석이니까, 혹시 설이를 덥석 먹는 것은 아닐까 싶은 것이다.
일전에 설이를 입안에 넣고 움직였을 때 달달한 사탕 맛이 났었으니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만약 그렇다면 이번에야말로 머리를 두 개만 남기는 것도….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그런 내 걱정은 쓸데없는 것이었다.
왼쪽이처럼 격한 반응은 아니지만, 오른쪽이 역시 제 나름대로 설이를 반기고 있었다.
-쉬이….
[설이, 귀여워… 맛있는 거 줄까? 저기 토끼 고기가 있어… 내가 맛있게 구워줄게….] 설이 대신 저 멀리 바들바들 떨며 이쪽을 살피는 토순이가 위험해진 거 같지만… 그리 중요하지 않은 문제였다.


그렇게 다른 두 인격 역시 별문제 없이 설이를 받아들였다.
뭐, 녀석들 역시 어디까지나 ‘나’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었지만.
어쨌든 이로써 애써 생겨난 머리가 줄어들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아, 토순이 너는 당분간 내게 접근 금지다.
아니, 아니. 딱히 네가 싫어진 게 아니라….
그래, 버릴 생각은 아니다. 다만 네 안전을 생각해서라도 다가오지 않는 게 좋을 거 같다.
나로서는 별 상관없지만 이제 와서 네가 사라지면 설이가 슬퍼할 테니까.
농담. 농담이니까 울지 마라.
나한테도 너는 소중한 장난… 아니, 애완동물이다.
그래 그래. 착하다.
아, 그래도 다가오지 말라는 건 진담이니까.
정말 먹힐지도 몰라.
응, 이번 건 농담이 아니다.
그 후 당분간 토순이는 내 10미터 안팎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오른쪽이 그런 토순이를 보고 조용히 입맛을 다신 건 비밀이다.
이후 진화한 내 일상은 크게 바뀐 게 없었다.
당분간 진화한 몸에 적응한다고 설이와 자주 놀아주지 못했지만, 스노우도 있고 토순이도 있으니 설이가 심심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매일 내게 불만을 토로하기는 하니 딱히 내가 잊힌 건 아닌 것 같아 기쁘다.
적응만 끝나면 금방 놀아줄 테니까.
몸에 대한 적응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내 적응 과정을 도운 것은 바로 스노우였다.
적당히 내 싸움 상대를 해준 것인데, 아무래도 내 스킬이나 평소 싸움 방식 자체가 상대를 죽이기 위한 방식이라 스노우와의 대련이 그리 달갑지는 않았다.
이전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스노우 역시 확실한 내 가족이었으니까.
혹시나 그녀를 상처 입히는 일 따위 전혀 바라지도 않았다.
다만 이런 내 걱정에 스노우는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어떻게 봐도 나를 얕보는 듯한 모습이라 왠지 모르게 울컥한 마음에 한번 진심으로 덤벼보았다.
진화하기 전의 나라면 몰라도 지금의 나는 단번에 SA랭크까지 성장한 몬스터계의 신성.
아무리 스노우라도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닌 것이다.

* * 엉망진창으로 보기 좋게 당했다.
역시 스노우는 스노우였다.
계층주 둘을 해치우고 구역주가 아닐까 싶을 정도의 강함을 뽐내는 괴물 여우.
스노우 왈, ‘본녀에게 덤비기에는 아직 10년도 더 이르다’.
맞는 말인 거 같아 가슴이 더 아프다.
그렇게 전력을 다해도 스노우에게 별 위험이 없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매일같이 스노우와 대련을 계속했다.
그 상대가 상대인지라, 생사결이 아닌 단순한 대련임에도 능력치가 제법 매섭게 올랐다.
당분간 스노우를 사부님이라 부르는 게 좋을까?
한번 그렇게 불러보았더니 스노우가 질색했다.
나한테는 그런 호칭보다 이름으로 불리기를 원한다고 한다.
그래서 열심히 불러주었다.
스노우가 굉장히 부끄러워했다.
이후 대련에서 더 엉망진창으로 당했다.
…왜지? 불러달래서 불러준 것뿐인데….
여담으로 이런 우리의 행동에 설이가 자신도 놀아달라며 굉장히 삐졌다.
설이에게는 치고받고 싸우는, 정확히는 내가 열심히 얻어맞는 모습이 단순한 놀이로 보였나 보다.


…장차 크게 될 아이가 분명하다.
이후 설이도 대련을 하는 우리 옆에서 대련을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그 상대는 토순이.
랭크만 보자면 토순이 쪽이 훨씬 더 강했으나, 아무래도 설이는 토순이 입장에서 모시는 아가씨다 보니 제대로 싸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 * 토순이도 엉망진창으로 당했다.
동지를 만난 기분이다.
토순이를 쓰러트린 설이가 스노우에게 달려갔다. 칭찬을 바라고 간 것 같은데 스노우는 오히려 설이에게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역시 스노우. 친구를 괴롭히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이야기해 주는 모양이다.
틀렸다.
슬쩍 흘러들어 오는 사념을 확인하니, 잔소리가 아닌 싸움 코치를 해주고 있었다.
거기서는 이 방법이….
그런 상황에서는 이 마법을….
그때는 앞발을 휙….
설이가 열심히 스노우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
토순아, 힘내라.
나도 힘낼 테니까.
그래, 울지 말고… 조금만 더 버텨라.
설이라면 분명 금방 질릴 테니까.
나? 나는….
설이가 엄마를 닮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그렇게 주인과 애완동물 사이에 끈끈한 애정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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